 |
 |
"한-미FTA는 보약
이 아니라 독약이다. 민주노동당 의원으로서 전국을 다니면서 최대한 강연할 것이다. 어느 정도 끝
나면 노무현 대통령한테 직접 요구할 것이다. 한-미FTA는 내용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선택
의 여지가 없다."
민주노동당 원내대표인 권영길 의원(창원을)이 "현재 진행중인 한미자유
무역협정(FTA)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권 의원은 3일 저녁 창원 삼원회관
에서 민주노총 경남본부 주최로 열린 '한미 FTA 약인가? 독인가?'라는 주제의 강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300여명이 참석했다.
권 의원은 "한미FTA는 미국 마음대로 하자는 것"이라면서 정
부측이 그동안 펴온 각종 주장과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권 의원은 "한미FTA는 세계적 추세에
따르는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근거가 없다"고 단언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니까 한
미FTA가 되면 수출이 더 잘 될 것'이라는 정부의 논리에 대해, 권 의원은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
인 자동차·전자·조선분야를 사례로 들어 반박했다.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2.5%
다. 미국과 FTA가 체결되고 나면 자동차에 붙는 2.5%의 관세가 없어진다. 그 돈이 얼마냐. 우리나
라 돈으로 10만원 정도다. 미국 사람들이 10만원 싸다고 해서 자동차를 사겠느냐. 지금 미국 자동
차 회사는 가격인하 경쟁을 하고 있다. 2.5%는 전혀 영향이 없다.
전자제품의 경우, 얼마전
국회에서 의원들의 모임이 있었을 때 LG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연구원이 한 말이 있다. 'FTA가 체결
되면 LG의 경우 손해가 더 많고 이득이 없다'고 했다. LG경제연구원에서 나온 사람은 LG를 위해 연
구할 것 아니냐. 그런 사람이 실제로 영향이 없고 오히려 손실만 끼친다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
다.
조선 분야는 더 말이 안된다. 미국은 우리나라가 만든 배를 수입하는 국가가 아니
다."
이어 권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과 한덕수 부총리 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
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설마 기짓말을 하겠느냐고 여기고, <조선일보>가 거짓말을 하겠
느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 보고 맨날 반대만 하는 집단이라고 한다. 이러고 보니 환장할 노릇
아니냐."
권 의원은 "우리 정부는 미국과 FTA를 체결해 서비스분야, 특히 교육·의료·방송
·통신 등에 걸쳐 선진화하자고 하는데 미국화 되는 것이 선진화냐, 미국처럼 하면 망한다"며 "그
런데도 대통령은 미국처럼 하는 것이 선진화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권 의원은 "FTA가 체결
되면 지금 전국 평균 3만~5만원 정도 내는 의료보험료도 50만원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의무지
만 미국은 개인과 병원이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그렇게 할 경우 돈 없는 사람은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 병
원은 치료비를 병원 마음대로 올릴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바로 영리병원인
것이다. 미국에서 돈 많은 사람들은 건강보험에 들지 않고 일반보험에 든다. 의료보험에 들지 않고
있는 교포들을 포함해 보험미가입자가 4000만명에 이른다. 그런 사람들은 늙을 때까지 병에 걸리지
않기만 바라고 있다."
권 의원은 FTA가 체결되면 가스·수도·전기요금도 지금보다 몇십배
씩 오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요구는 가스·수도·전기를 돈벌이 하는 회사로 만들
라는 것이다. 사기업화하라고 한다. 볼리비아가 미국과 협정을 체결했는데, 수도비용이 생활비의
20% 정도다. 가스·수도·전기요금이 월 100만원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우리도 FTA가 맺어지
면 10년 안에 그렇게 된다."
또 협상 절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지금 하고 있는 미국
과 협상은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 국무총리도 참여하고 있는 대외경제위원회라는 게 있다.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미리 공청회를 해서, 이 위원회에 보고를 한 뒤 의결해서 추진하도록 되어 있다
. 올해 2월 공청회를 하기로 했는데 농민들이 반대해서 열리지 못했다.
공청회도 열리지 않
았는데 그 위원회에서 의결했다. 위원회에 보고를 해야 할 통상교섭본부장은 당일 미국에서 교섭선
언을 했다. 정부는 법을 지켜라고 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이것이 졸속이라고 하는 근거
다."
권 의원은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의 한미FTA 비판도 소개했다.
"노무현 대통
령의 경제가정교사라고 하는 정태인 전 비서관이 한 말이 있다, 그는 지난 해 5월 물러나기 전까지
청와대 안에서 FTA에 대해서만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는 한-일, 한-중FTA만 준비했지 한-미는 전
혀 준비하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에서 실제 업무를 맡았던 사람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냐. 대통
령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얼마 전, 국회 상임위에서 외교통상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이
있는 데서 FTA에 관해 질문한 적이 있다. FTA가 나쁘든 좋든 간에 연구한 자료가 있으면 제출하라
고 했다. 자료가 왔는데 보니까 껍데기더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나온 자료가 하나 있는데, 조
작된 것이었다. 물론 정부는 조작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자료를 보니 한미FTA 체결 10년
뒤에는 수출흑자가 156억불에서 47억불로 줄어든다고 되어 있었다. 수출 잘 돼서 먹고 사는 나라가
체결되고 나면 흑자가 더 늘어나야 하는데 반대로 줄어든다고 했다."
권 의원은 끝으로
"FTA가 체결되면 '후퇴금지 의무'와 '이행의무부과금지 의무' 등이 생긴다"며 "이는 행정부와 국
회의 권한에 심대한 제한을 가하여 사실상 한미 FTA 협정문이 국내법보다 우위인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후퇴금지의무'에 대해 권 의원은 "고스톱으로 치면 '낙장불입'과 마찬가
지"라며 "체결 내용을 바꾸고자 해도 바 꿀 수 없다는 것으로, 한미FTA를 통해 관세를 인하하거나
철폐하고 서비스업을 양허(개방)한 경우 그에 대한 후퇴를 할 수 없는 법적 제도를 말한다"고 설명
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에 생산한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만 받아도 큰 수확이라고 말
한다. 그것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물론 개성공단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미국은 미국과 멕
시코 국경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역외가공으로 인정해 달라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얻
는 게 더 크다."
|
|
